마지막으로 따뜻한 방

하역장에서 올라오면 복도 불은 아직 켜져 있다. 형광등이 길게 윙윙거리고, 철제 조리대마다 돌아설 때마다 내 얼굴이 되비친다. 발렌타인데이는 내일이다. 지금쯤 층 전체가 어둡고 식어, 덮인 선반과 발효 천만 남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

먼 문 아래에서 열기가 숨 쉰다. 빵 작업실의 오븐 열기가 틈으로 새고, 안에서는 반죽기가 낮은 짐승 소리를 내며 계속 돈다. 그곳은 그녀 남편의 방이다. 오후 근무가 끝난 뒤에도 내일 아침 빵 반죽을 돌리고 있고, 시간 따위 알아차리지 않기로 한 사람의 문처럼 닫혀 있다.

냉각 터널의 사이클이 끝났는지만 확인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리고 템퍼링실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대리석이 보인다.

문만 한 크기의 대리석 판은 따뜻하다. 낮은 조명 아래 검은 초콜릿이 느린 리본처럼 움직이고, 밤의 젖은 길처럼 빛난다. 이곳 공기는 복도보다 진하다. 코코아와 녹인 버터가 목 뒤에 달라붙어 낮보다 무겁다. 방이 몇 시간째 그것을 숨 쉬어 시럽으로 바꾼 듯하다.

판 가장자리에 손등을 가까이 댄다. 돌은 체온 바로 아래에서 초콜릿을 붙든다. 손목 같고, 팔꿈치 안쪽 같고, 오래 한곳에 서 있던 사람 같다.

그녀가 아직 있다.

윤재다. 헤어넷 아래 앞머리는 젖어 이마에 붙었다. 흰 가운 단추 하나가 풀려 벌어진 깃 사이로, 쇄골에는 옅은 피부처럼 코코아 가루가 묻었다. 그녀는 주걱을 양손에 쥔 채 놓지 않는다. 몇 시간 전 끝났어야 할 템퍼링은 자정에도 이어지고, 그녀는 밤을 붙드는 유일한 동작인 양 판을 문지르고 초콜릿을 모았다가 다시 쓸어 펼친다.

“이제야 왔네.” 그녀는 돌아보지 않고 말한다.
“터널을 확인했어요. 문제없이 끝났고, 전부 틀에 들어갔어요.”
“알아.”
“그럼—”
“와서 느껴 봐.”

그러면 안 된다. 하지만 한다. 곁으로 다가가자 그녀는 거품기를 잡듯 자연스럽고 소유하듯 내 손목을 잡아 리본 사이 대리석에 손바닥을 누른다. 따뜻한 돌과 흐르는 초콜릿. 그녀의 엄지 아래 맥박이 세게 뛰고, 엄지가 멈춰서 그걸 느꼈다는 걸 안다.

“몇 도예요?”

이런 밤을 수없이 일했다. 자기 이름을 아는 것처럼 답을 안다.

“27도.”
“27도야.”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초콜릿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움직일 만큼 따뜻하고 굳을 만큼 차가워. 그 상태로 붙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템퍼링하죠. 틀에 부어요.”
“그 자리에 붙드는 거야.” 그녀가 말한다. “버틸 수 있는 만큼 오래.”

복도 끝 반죽기가 다른 방의 심장처럼 충실하게 운다. 오븐 열기 아래에는 그녀의 것이 아닌 남편의 반죽이 부풀고, 내일이면 그녀의 조리대 위에 그것과 열쇠 고리, 아침이 놓일 것이다.

오늘 밤에는 식지 않는 대리석 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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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들린 27도

그녀는 계속 일하고 나는 계속 바라본다. 손목이 주걱을 돌릴 때 초콜릿도 따라 돌며 윤기 나고 순종하지만, 칼날의 움직임은 매번 조금씩 느려진다. 어느 순간 코코아 버터가 입술에 묻었고, 나는 그녀의 혀가 무심코 그 갈색 빛을 훑는 걸 본다. 손 아래 판은 따뜻하고 그녀의 입은 바로 곁에 있다. 한 시간 전 잃었어야 할 온도를 아직 붙든 것은 초콜릿뿐이다.

“윤재.”
“하지 마.” 그녀가 말한다. 멈추라는 뜻은 아니다. 아무것도 말하지 말고 결정하지 말자. 초콜릿이 결정하게 두자는 말이다.

주걱이 느려진다. 더 느려진다. 칼날이 숨을 내놓는 소리처럼 웅덩이에 멈추고, 그녀의 손이 손잡이에서 미끄러진다. 밤새 처음으로 윤재는 빈손으로 판 앞에 선다. 그녀가 고개를 돌린다. 젖은 앞머리, 가루 묻은 쇄골, 빛나는 입술과 말하지 못한 질문을 담은 눈.

초콜릿이 속을 채운 틀 위로 이음새 없이 닫히듯,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그녀의 입에서는 따뜻한 밤 전체의 맛이 나고, 혀는 대리석보다 뜨겁다. 헤어넷도, 단추 하나도 더는 버티지 못한다.

대리석 판은 불평 없이 무게를 받는다. 따뜻하고 오래 따뜻할 것이다. 돌은 사람이나 결심보다 열을 오래 품는다. 어두운 실험실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27도를 붙들고, 따뜻한 방의 밤이 으레 하는 일을 밤이 하게 둔다.

그 뒤인지 아직 그 순간인지 알 수 없다. 창에는 읽을 수 있는 하늘이 없고, 초콜릿은 여전히 대리석 위에서 윤기 내며 아주 조금 움직인다. 작업 가능한 단 하나의 온도다.

아무도 틀에 붓지 않았다.

그러다 닫힌 문 너머 반죽기가 멎는다.

뒤따른 침묵에는 모서리가 있다. 식어 가는 빵 작업실의 똑똑거림, 느긋한 발걸음, 오븐 문이 마르는 소리를 듣는다. 윤재의 손이 어둠 속에서 내 손을 찾아 손바닥끼리 맞댄 채 정확히 27도로 붙든다.

“그 사람은 매일 터널을 마지막에 확인해.” 그녀가 속삭인다. “매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거야.”

복도 불빛이 실험실 문 아래 밝은 선으로 누워 있고, 그림자 둘이 방금 그 안으로 들어왔다. 그중 하나가 이미 느려진다.

그녀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