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시가 지나면 야간 진료소는 연기를 멈추고 고백을 시작한다. 형광등 절반이 꺼진다. 자판기는 더 나은 날들을 혼잣말하듯 웅웅거린다. 게시판의 마지막 접수자가 되어본 적 있다면 그 특유의 고독을 안다. 건물이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고, 당신만이 예약된 유일한 목격자라는 감각이다.

그것이 야간 근무가 내놓는 패이며, 피부 가까이에서 조심스럽게 펼쳐진다. 이 시간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자.

절반만 켜진 불빛

당신은 마지막 접수자다. 접수표에는 손목, 발열이라고 적혔고, 중요하다고 할 만큼 급한 일은 없다. 대기실 형광등 절반은 이미 꺼졌다. 시간을 기준으로 환자 주변 불을 끄는 방식이다. 플라스틱 의자는 줄지어 비어 있다. 소독약 냄새는 차갑다. 따뜻함을 빼낸 깨끗한 냄새다. 부딪힌 손목은 여전히 욱신거린다. 열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심술궂게 잔불만 남겨 살아 있다.

벽시계만 시끄럽다. 건물 전체를 대신해 시간을 센다.

의사 가운은 걸이에서 사라졌다. 열한 시에 떠났다는 듯, 서류 캐비닛 옆 빈 의자가 떠난 사람의 뻔뻔함으로 말한다. 안쪽 문에는 명랑하고 둥근 글씨로 야간 근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건물이 하는 농담 같은 것이다.

그리고 간호 데스크, 이곳에 남은 마지막 흰 표면 위에서 지수는 차트에 팔꿈치를 괴고 있다.

장갑

“아직도 여기 있어요?”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들지 않는다. “의사는 열한 시에 갔어요. 지금 당직은 저뿐이에요.”

남색 스크럽. 이미 근무 시간보다 오래 버틴 머리를 대충 묶어 올렸다. 아무도 알아차릴 틈이 없었던 작은 항복처럼 옷깃이 조금 내려와 있고, 저녁 내내 차트와 실랑이한 흔적처럼 손등 옆에는 펜 잉크가 묻어 있다.

그녀는 묻지도 않고 당신의 손목을 잡는다. 맥박 위에 얹힌 두 손가락, 전문적이고 느긋하며 낮게 세는 숫자. 그리고 책상에 한 손을 짚은 채 손끝부터 라텍스 장갑을 벗는다. 그때 보인다. 왼손 약지의 가느다란 결혼반지가 빛을 받는다. 한 번 반짝인 뒤 조용해진다. 어째서인지 그 한 번의 빛이 접수표 전체보다 많은 이야기를 한다.

반지는 기혼이라고 말한다. 스티커는 당직이라고 말한다. 시계는 열한 시가 지났다고 말한다. 한동안 계속 그렇게 말해왔다.

처방전

그녀는 쪽지에 쓰기 시작하다가 멈추고 펜 뚜껑을 닫는다. 이미 스스로와 다시 협상한 일거리를 바라보듯 차트를 본다.

“차트는 나중에 쓸게요.”

그 문장에서는 두 가지 길이 나온다. 첫 번째는 종이를 받아 들고, 잠긴 대기실 문을 지나 그저 당직일 뿐인 밤으로 나가는 것이다. 열은 혼자 가라앉고, 아침이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열한 시는 다시 그저 한 시간이 된다.

두 번째 길은 진료실이다. 등불은 정직한 종류이고, 그녀는 유일한 당직자이며, 당신은 마지막 환자다. 온종일 강철 다리와 무심함으로 버티던 진찰대는 더 이상 진찰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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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당신은 기다린다. 물론 기다린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차트 용지의 속도로 흐른다. 느긋하고 조용하며 시계의 평평한 산술이 중간중간 끼어든다. 그녀의 장갑은 벗겨진 채고 펜 뚜껑은 닫힌 채다. 진료실 등불은 낮은 설정에 놓여 있다. 진실을 위한 설정이다. 한밤중이 절반쯤 지났을 때 열이 내렸는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치료받는 증상이 어느 순간부터 손목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만 말하겠다. 나머지는 진료소가 간직하게 두자. 그 방에서 빼앗기는 것은 없고, 값싸게 주어지는 것도 없다. 두 성인과 잠긴 문 하나, 그리고 서두르지 않는다는 서로의 직업적 예의다.

따로 간직하게 될 순간도 있다. 출입구 너머 복도는 어둡고, 자판기는 마침내 조용해진다. 건물 자체가 못 본 척하기로 동의한 것처럼. 그녀는 농담도 아닌 무언가에 낮게 한 번 웃는다. 그 소리는 방에 어울리지 않으면서 완벽하게 어울린다. 그런 방에서는 시간이 이상하게 행동한다. 시계는 계산을 계속하지만 아무도 감사하지 않는다.

아침이 되면 대기실 불은 모두 켜진다. 그녀는 결국 차트를 끝냈다는 듯 반듯하고 조심스러운 글씨로 처방전을 쓴다. 날짜와 시간도 정확하다. 밤을 아주 작게 적기만 하면 제대로 정리할 수 있다는 듯. 그녀의 반지는 형광등 아래에서 평소의 역할을 한다.

“물과 함께 드세요.” 그녀가 말한다. “쉬고요.”

당신은 결국 걸어 나간다. 하지만 어떤 문장을 골랐는지 안다. 종이였는지, 기다림이었는지. 그녀도 알고 있다. 이제 열한 시는 두 사람 모두에게 다시는 그저 한 시간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