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는 나중에 쓸게요.”

그 한마디가 나이트 라운드의 전부를 움직이는 엔진이다. 밤 열한 시가 지나면 야간 진료소 대기실 형광등 절반은 꺼지고, 플라스틱 의자는 텅 비며, 소독약 냄새는 따끔할 만큼 차갑다. 의사 가운은 걸이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문에 붙은 스티커는 아무도 걷지 않는 복도에 야간 근무 중이라고 알린다. 손목은 여전히 욱신거리고 열도 완전히 내리지 않아, 차트에 남은 마지막 접수자는 당신이다. 건물에서 아직 켜진 유일한 흰 직사각형은 간호 데스크이며, 지수는 펼쳐진 차트 위에 팔꿈치를 기대고 있다.

그녀는 당직 간호사이고 기혼이다. 이야기는 작은 몸짓 하나로 두 번째 사실을 증명한다. 라텍스 장갑을 손가락 하나씩 벗자 가느다란 결혼반지가 정확히 한 번 빛을 받는다. 진료소에 남은 가장 큰 소리는 벽시계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교대 근무가 몇 시간 이어진 뒤, 남색 스크럽의 옷깃은 조금 내려와 있다. 진료실에서 기다리면, 진찰대는 더 이상 단순한 진찰대일 수 없다.

수술 후

가장 가까운 작품부터 보자. 수술 후 역시 차트가 열린 채로 교대가 끝난다. 동네 동물병원의 마지막 수술이 끝난 밤, 기혼 수의사는 회복 기록을 닫고 출구 대신 휴게 공간으로 당신을 부른다. “민재는 학회에 갔어요. 커피라도…” 상담실 자물쇠가 딸깍 잠기기 전에 나가면 정직하게 일한 야간 당직으로 끝난다. 커피를 기다리면 그 자물쇠는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마지막 트랙

마지막 트랙은 늦은 교대를 유리 너머로 옮긴다. 박물관은 밤새 문을 닫았고, 기혼 성우는 전시 태블릿을 손에 든 채 마지막 한국어 도슨트 트랙을 녹음하며 이를 제자리에 넣지 않는다. “갤러리 음성만 남았어요.” 창고 문으로 나가면 밤은 폐관 업무로 끝난다. 부스 창가에 남으면 어떤 녹음에도 없는 단 한 명의 관객이 된다.

낙하를 봐줘

어떤 밤에는 불을 낮추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낙하를 봐줘는 자정이 넘은 뒤 공중 스튜디오를 빌린다. 혜원은 실크 매듭을 놓지 않고, 부탁은 들리는 것보다 작다. “그냥 떨어지는 것만 봐줘.” 중력이 유일한 증인이기라도 한 듯하다. 문 비밀번호를 등에 두고 나가면 개인 대관은 끝난다. 매트에 남으면 대관은 공연으로 바뀐다.

영업 종료 후

영업 종료 후는 같은 기다림을 엘리베이터 안에 압축한다. 금요일 밤 열 시, 아래로 내려가는 마지막 엘리베이터에서 기혼 팀장이 한 손으로 문을 붙잡아 한 주가 닫히는 것을 막는다. “오늘 밤은… 우리 집에도 아무도 없어요.” 1층을 누르면 영수증이 남는 야근이다. 계속 타고 내려가면 둘 중 누구의 것도 아닌 한 층을 중심으로 건물이 비워진다.

한 번만 더

가벼운 분위기를 원한다면 한 번만 더가 지하 크레인 게임 구역에서 밤을 붙잡는다. 평일 폐점 안내는 이미 나왔고 조명은 기계 한 대만 비추는데, 매니저 가은은 조이스틱을 놓지 않는다. “한 번만 더.” 동전 교환기 쪽으로 나가면 오락실은 그저 문을 닫는다. 추가 크레디트를 건네면 둘은 전혀 다른 무언가를 함께 닫는다.

화살을 뽑아줘

화살을 뽑아줘는 18미터 지점에서 시간을 부른다. 리그전은 끝났고 사대는 비었지만 다희는 카본 화살을 놓지 않는다. 계속 시키는 일인 “그냥 화살이나 뽑아줘.”는 내민 손에 가장 가까운 표현이다. 안전선 너머로 물러나면 체육관은 평범하게 닫힌다. 영업시간 뒤 사대에 남으면 벽에 붙은 모든 규칙이 협상의 대상이 된다.

지수의 미완성 차트와 이 작품들을 잇는 것은 친밀함으로 변한 지연이다. 전문적인 일은 하나만 빼고 모두 끝났고, 각 여자는 그 하나를 내려놓기를 거부한다. 빈 대기실과 느린 시계가 마음에 든다면 진료소 비주얼 노벨 서가에서 면회 시간이 지나도록 머물 수 있다. 다음 약속으로는 공중 스튜디오 특집도 잘 어울린다.